안녕하세요. 김민수의 퀴어한 사진첩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김민수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진행하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굉장히 긴 글이 될 것 같지만 끝까지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사진첩에 대해서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성 소수자나 그들의 인권을 위한 행사와 관련해서 제가 촬영한 사진을 친구들과 안전히 공유하는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에 열릴 모 행사에서, 처음으로 전시와 판매를 해 보려 준비해 왔습니다. 모든 일은 정말 한 순간에 스쳐 지나간 아이디어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전시회와 판매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모으려면 기간이 매우 촉박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는 프로젝트를 마감한 후에, 모인 금액에서 수수료를 제한 후 지급까지 약 20일에서 30일이 소요됩니다. 저는, 이 과정이 가장 빠르게 처리되는 한 회사를 선택해서 진행했습니다.

기획 작업을 하는 동안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담당하시는 매니저와도 전화 통화와 이메일을 통해 원할히 진행하였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고도, 제 사진을 보면서 작품성이 있다고 말씀하시며 놀라워하기까지 하셨습니다.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의 전문가답게 제가 보지 못했던 점들을 여러 개 지적해 주셨고, 그 피드백을 받아 고칠 점을 반영해, 최종 수정까지 마치고 오픈을 앞둔 시점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5 29일 금요일에 총괄이사라는 분께서 직접 전화를 걸어주시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용기 내어 프로젝트를 지원해 줘서 감사하다, 아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곳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는 굉장히 고무적이다. 정도까지만 기억납니다.

통화 중간에, 저의 프로젝트가 찬반이 갈릴 수 있는 문제라는 언급을 하셨을 때에 기분이 불편했지만 그 부분은 존재에 대한 찬반이 아닌, 사안에 대한 찬반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작품이나 전시에 대한 취향이란 게 존재할 수 있는 거니까요.

해당 회사는 이전에 진행된 프로젝트 중에 한번 악성 댓글에 시달린 선례가 있었습니다. 때문에최종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 작업을 하는 팀이 내부에 생겼고, 거기에서 저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토론하느라 진행이 더디게 되었던 것이라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그 프로젝트를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여성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어느 한 커뮤니티로부터 1분에 1개 꼴로 올라오는 욕설과 악플에 맹공격을 받아 당사자들이 상처를 입고, 해당회사와 협의해 프로젝트가 종료된 것으로 들어 알고 있습니다.)

금요일 당일은 펀딩 회사의 워크샵이 있었는데, 이 문제로 내부 직원들의 일정에까지 지장을 준 게 아닐까 한 생각에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5 30일 토요일, 감사하게도, 만장일치로 회의에서 승인이 났고 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월요일 10시 오픈을 확정 짓고 일이 진행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주 약간 수정한 부분이 생겨서 해당 매니저로부터 메일을 보내 문의 드리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금 늦어지는 것 같았지만 해주신다니 괜찮겠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6 1일 오전 10시 경, 총괄이사로부터 컨트롤 하기 어려운 리스크 발생 여지가 많아프로젝트 오픈이 어려울 것 같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제가 기획했던 프로젝트의 내용이 부실했거나 찍어왔던 사진의 퀄리티가 좋지 못해서였다면 그건 차라리 그것대로 납득 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부족하니까요. 제가 더 노력해서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처지 또한 이해합니다. 분명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있어 장애를 초래할 것이고, 해당 플랫폼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사람들에게도 해가 끼칠 지 모릅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난처하게 만드는 제가 나쁜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질문이 마음에 계속 맴돌아 나옵니다. 그럼 왜 저는 보호받지 못하는걸까요? 저는 희생양인가요? 제 프로젝트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가득 찬 집단과 한 자리에 놓여진 상태에서, 저울질 당해야 하는 건가요? 그것이 중립인가요?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중립이라는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선택이라고요. 잘못하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곳에서 성 소수자란 타이틀을 달고 서 있을 자리를 잃게 만들게 할지도 모릅니다.


성 소수자에 대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정말로 잔혹하기 그지없습니다. 서울에서 열릴 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 행진에 대해 경찰서로부터 집회 금지 통고가 나왔습니다. 대구에서 진행 될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무대 사용에 있어 현재 불허 논란이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어디에서나 일어납니다. 왕따와 괴롭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얼마 전엔 게이라는 이유로 해고를 한 것도 모자라, 심지어 집에 찾아와 아웃팅을 하여 가족으로부터 쫓겨나게 만드는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제가 겪은 일 또한 제게 있어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방조하는 잔혹한 현실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퍼즐의 한 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저 제가 살아오며 찍어왔던 사진을 추억하고, 알리고, 앞으로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도 말이에요.

목표로 했던 일정이 7월 초입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어떤 컨벤션 마켓에서 전시와 판매를 기획 중이었습니다. 6월 중하순에 프로젝트를 마감하고, 7월 초에 모금을 수령해 사진인쇄와 상품 제작을 해서 전시회에 내놓을 계획이었습니다. 가장 수금이 빨랐던 회사를 골라 진행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다른 곳의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도 합니다. 좀 더 빨리 계획을 잡아서 성 소수자에게 친화적이었던 다른 플랫폼을 썼었다면 잘 진행되었을까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면서 침대에서 뒹굴던 백수 생활 중에 갑자기 내려 꽂힌 아이디어로 진행한 일이어서인가요?

하지만 포기할 순 없습니다. 아니, 그러고 싶진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재고해 달라 요청하였고, 총괄 이사께선 다시 회의해서 내일 아침에 알려주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6 2, 12시 경 다시 연락을 받았고. 또 다시, 진행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더 검토해 달라, 왜 저의 프로젝트가 거부가 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이야기를 드렸고, 다시 한번 더 전화를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굉장히 불쾌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연락을 주겠다는 시간이나 일정을 지속적으로 미루어 논의를 늦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바쁜 일들이 많이 있었다고는 해도, 적어도 오전에 연락을 주겠다면 오전 안에, 오후에 연락을 주겠다면 오후 안에, 당일 내에 연락을 주겠다면 당일 내에 주셔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6 3, 크라우드 펀딩과 관련하여 협의하고 있던 회사로부터 마지막으로 서로의 입장을 나누는 통화를 했습니다. 이 때, 전화통화를 하며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소수자 인권에 대한) 찬성하는 프로젝트가 들어왔을 때도 받아들여야 한다면 반대하는 프로젝트가 들어왔을 때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진다는 말에 어이를 상실했습니다.

그게 기업이 지켜야 할 중립이며 객관성입니까. 그럼 애초에 관심사에 인권카데고리는 왜 있었습니까. “다함께 성장합니다라는 목표는 왜 넣은 겁니까. 제가 일정이 급한 나머지 회사 선정을 잘못했나 봅니다.

영리 추구가 제 1목적인 곳에 어떠한 스탠스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그 곳과 구성원에 폐 끼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논란과 혐오적인 분위기에 굴복하고 이를 방조하는 데에 해당 기업이 관여했다는 제 생각 또한 변함없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곳곳에 거시적으로, 혹은 미시적으로 존재하는 중립의 모습바로 그것입니다. 이걸 확인해 나가면서 저는 좌절하기 보다는 전의를 불태우게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셔셔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경위를 통해 김민수의 퀴어한 사진첩 프로젝트는 단독으로 진행하게 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김민수.

Posted by M.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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